• 최종편집 2024-11-04(화)

‘노벨문학상’ 한강, 아시아 여성 최초 ‘기적’…무엇이 그를 키웠나?

“독특한 역사 인식과 실험적 문체로 산문 혁신” 평가…12월 10일 공식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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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0.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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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0] 한강 사진1.jpg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공식 수상하게 된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아시아와 세계가 충격과 기쁨의 파도로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사진=한강>

  

[세계미래신문=장화평 기자] “너무 놀랍고 영광이다!”

한국의 소설가 한강(54)“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세계가 충격과 기쁨의 파도로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10일 수상자로 한강(Han Kang)’의 이름을 호명하며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한 면을 강력하고 시적인 문체로 표현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은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때로는 약간 초현실적인 강렬한 서정적 산문을 쓴다고도 했다.

 

한강은 2007년 작 소설 <채식주의자>2016년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한 뒤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 뒤 1980년 광주민주화를 다룬 <소년이 온다>(2014),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의 소설을 쓰면서 역사와 트라우마의 문제를 펜으로 고발하고 치유하려 한 것이 노벨상 수상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이날 한림원이 공개한 수상자 전화 인터뷰에서 아들과 저녁을 먹다가 수상자 선정 전화를 받게 되었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강은 나는 한국에서 책과 함께, 한국문학과 함께 자랐다. 동료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 됐다이 뉴스가 한국의 독자와 한국 문학계에 좋은 소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화가 끝나면 아들과 차 한잔 마시면서 조용히 오늘 밤을 축하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을 성찰한 도발적인 문학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세계에서 한국문학의 재조명을 이끌어 왔다. 그동안 세계 주류 언론과 출판계 저널들은 한강의 작품들을 대대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10일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13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한국이 낳은 소설가 한강의 무엇이 세계적 작가가 되게 했을까? 그가 작품에서 헌사한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명문장은 무엇이 있을까?

 

세계적 작가가 되게 만든 힘

 

한강과 그의 작품들을 연구한 많은 사람들은 한강이 세계적 작가가 된 이유로 여러 가지를 거론한다. 한림원도 지적했듯이 그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구사했다. 또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는 독특한 역사관과 세계관으로 인간을 통찰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힘도 국력의 확대로 커졌으며 한글의 세계화, 한국문학의 세계화도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강을 세계적 작가가 되게 만든 배경을 ‘4대 창조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첫째, 한강은 독서, 글쓰기, 사색 등으로 작가적 내공을 창조했다. 그는 시적 스타일의 독특한 문장 표현을 구사한다. 한강의 아버지는 유명 소설가인 한승원 작가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책을 숲속의 나무처럼 여겼다. 책과 더불어 놀고 즐기며 그 속에서 잠이 들고 꿈을 꾸었다. 그는 그의 이름 한강처럼 세상의 폭력을 펜으로 거부하고 평화의 강이 흐르길 염원했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을 내과 수술의처럼 집요하게 집도하여 도려냈다. 한강이 읽은 책들은 평화의 잎이 되었고, 그가 표현한 언어는 치유의 열매가 되었다.

 

한강은 시인에서 소설가로 변환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그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하면서 시를 썼다. 1993<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등 시 4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했다. 2005<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작품들은 시처럼 유려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둘째, 한강은 역사적 폭력의 고발 등으로 저항적 인물을 창조했다. 한국의 특수성을 세계 보편성으로 확장하여 독특한 인간 인식을 표출했다. 한강의 고향은 광주다. 그는 광주 민주화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고발한 사진 한 장이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밝혔다. 한강은 역사, 인간, 폭력 등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을 칼같이 날카로운 고발자로 만들었다. 그는 2007<채식주의자>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육식을 멀리하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 안에 내재한 방아쇠 같은 폭력성을 고발했다. 한강은 이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한강은 이어 2014<소년이 온다>를 발표했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21년에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발표했다. 한강은 이 작품으로 2023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또 한번의 한국인 최초칭호를 받았다. 한강은 펜과 문장으로 인간의 폭력과 싸운 여전사였다.

 

셋째, 한강은 K브랜드 등을 토대로 한국적 문학을 창조했다. 한국의 세계적 힘을 뜻하는 ‘K’ 브랜드 파워가 거세다. K-팝은 물론 컬처, 푸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K-방산까지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의 마지막 변방처럼 여겨졌던 문학도 K파워가 부상하면서 세계인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한국문학도 서서히 세계적 비상을 위한 활주로가 완공되었다. 고은 시인, 황석영 소설가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노벨문학상은 이러한 가운데 아시아, 한국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한강이 그 영예를 안게 되었다.

 

넷째, 한강은 한글의 독창화 등으로 세계적 한글을 창조했다. 한강은 2016<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유럽 등 세계에 공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맨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했다. 데보라는 한국의 힘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한글과 함께 한국문학도 세계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한강의 수상 소식을 발표하면서 공식 소셜미디어에 한글로 이름과 작품명을 함께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명문장

 

한강은 197011월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 작가의 딸로 태어났다. 9살 때 서울로 왔다. 그의 작가적 뿌리는 역사와 인간이었다. 그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소재를 가져와 거기서 폭력과 죽음의 문제를 직시하고 고민했다. 한강은 그의 고민을 때로는 짧은 시로, 때로는 긴 소설로 표현했다. 그의 글은 지독할 정도로 피해자 내지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여 묘사한다. 그는 나는 글을 쓸 때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의 몇몇 명문장을 찾아본다.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몇 개의 이야기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서시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당신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다.” <소년이 온다>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채식주의자>

 

한강은 나는 글쓰기 외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고 한 단어씩 써간다고 했다. 그의 작품속 단어 하나하나는 피와 눈물, 번뇌에서 진주로 승화한 것들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그의 모든 영혼을 별처럼 뿌려 넣었다. 문장 곳곳이 영롱히 빛난다. <소년이 온다>는 무려 9년간 가슴에 품고 작품을 키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는 역사적 소설은 그만 쓰겠다. 겨울에서 이젠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여름같은 뜨거운 가을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까 주목된다.

 

추신: ‘더 좋은 세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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